2013년 04월 22일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좋은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는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직장을 준비한다는 것은 소위 '안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이겠죠. 정년이 보장되고 오래도록 다닐 수 있으니, 앞으로 수십 년간은 먹고 살 걱정을 덜하고 살 수 있다는 '합리적' 판단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친구들을 대체로 말리는 편입니다. 우리 사회는 날이 갈수록 자본주의가 최첨단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안정적이라고 해서 과연 앞으로도 안정적일까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안정적인 대신에 적은 보수를 감내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을 보장받고 혹은 은퇴 후가 보장되는 대가죠. 그런데 만약 어느 순간 갑자기 그 고용안정성이 해쳐지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들어갔던 직장에서, 그만큼의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오게 되면 기대했던 수익을 채우지 못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프로 따진다면 지금부터 십수 년 간은 손해고 이후에 어느 순간을 지나야 이익을 보게 되는 셈인데, 그 순간을 지나지 못하거나 지나더라도 지나자마자 그래프가 끝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결국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셈입니다.
자,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고 사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좋을까요. 지금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에 들어가서 많은 돈을 받고 다니는 것은 과연 좋을까요.
백제가 망할 때의 설화를 보면, 부여의 궁궐에서 '백제는 보름달, 신라는 초승달'이라는 구절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의자왕이 무슨 이야기냐고 해석을 부탁하자 첫 사람은 '백제는 보름달이기 때문에 이제 곧 질 것이고, 신라는 초승달이기에 앞으로 꽉 찰 것'이라는 해석을 해주어 죽임을 당하죠. 이에 그 다음 사람은 '보름달은 성하고, 초승달은 그렇지 않으니 백제가 강성함을 알려준 것'이라고 이야기해 왕이 흡족해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백제의 멸망이었죠. 보름이 지나면 달은 곧 이지러지는 법입니다.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했을까요.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 천장에 도달해있다면 아마 곧 다시 내려올 것입니다. 그런데 천장에 있기 때문에 속해 있는 구성원은 얼마나 많을까요. 내려올 때 수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천장을 향해가고 있는 기업에 다닌다면 좋겠지요. 지금 구성원이 많지 않을테니, 앞으로 천장에 도달했을 때 더 많은 구성원이 필요한 순간, 지금 속해 있는 구성원들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게 피라미드 형태 조직의 구성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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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는 76년에 분사된 회사였습니다. 처음에는 모 기업의 한 사업부로부터 출발한 셈이니 작은 회사였지요. 한번 창고를 정리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아주 오랜 예전에 30위권에 들었다고 뿌듯해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실로 격세지감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 우리는 8위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최고순위를 기록했던 때가 2000년대 초반의 4위였는데, 많은 분들이 그때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위 6개사에 포함될 때를 그리워 했습니다. 지금 8위는 상위 6개사와는 많은 차이가 나는 8위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곳이나 다 부침이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곳이라 예를 들기 쉬우니 그곳으로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76년부터 계열분리되었던 99년 정도까지가 회사의 가장 큰 호황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던 때였죠. 아마 99년에는 상위 5개사 정도에는 들었을 것입니다. 계열분리가 되었을 때, 그때가 이 회사의 첫번째 고비였습니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단 뜻이죠. 그러나 다행히 부동산 호황기였고, 2006~7년 정도까지는 좋은 실적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유럽 금융위기가 왔죠. 그때가 두번째 고비였습니다. 이제는 정말 내리막길에 접어들게 된 거죠.
99년을 바라보고 76년의 시점에서 입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99년에서 2006~7년을 바라보고 80년대 중반 쯤에 입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은 99년의 시점에서, 혹은 2006~7년의 시점에서 입사하는 선택을 합니다. 저는 심지어 2010년에 입사했습니다. 다만 이 글은 제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오래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죠. 오히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최우선의 선택'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렇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길 하려는 것입니다.
2010년에 입사한 동기가 있었는데 그 동기의 경우에는 다른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갔다가 이 회사에 신입으로 재입사한 경우였습니다. 예전에 들어갔던 회사가 당연히 '지금은' 훨씬 좋은 회사였죠. 그러나 제게 이야기하기를 만약 처음 입사했던 2006~7년이었다면 이 회사를 택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우리가 다녔던 회사가 훨씬 호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재입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4년. 세상은 그 사이에 많이 바뀌어, 2010년에 그 동기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와 저와 그 동기가 다녔던 회사의 전망과 위치는 정확히 3~4년만에 뒤바뀌어 버린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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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들에게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 확장되어 있는 대기업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고 선택을 하라는 '아주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사실 저도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SK텔레콤이 주식을 분할하기 전에는 코스피 최고의 대장주였습니다. 한 주에 100만 원, 20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죠. 100만 원이 넘자 이것이 한계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아마 모두 거기를 천장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이후에 200만 원이 넘었죠. 천장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휴대전화 가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2천만 명에서 3천만 명이 되었을 때 한계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영유아, 초등학생, 노년층과 빈곤층을 제외하고 나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소유했을 때, 시장이 한계라고 느꼈겠죠. 그런데 지금 휴대전화 가입자는 5천만이 넘습니다. 한 사람이 2대씩 개통하는 경우도 있고, 입국해 있는 외국인들도 사용하며, 이제는 빈곤층조차도 휴대전화는 보편적으로 사용합니다. 앞날을 예측한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어느 순간 천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고, 제가 다녔던 회사처럼 사람들은 앞으로도 쭉쭉 성장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미 사실은 천장을 지났을 수도 있죠.
70년대 초중반 학번의 선생님들은 교수되기가 참 쉬웠습니다. 80년대 초반에 전두환 정권에서 학생들이 사회운동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하게 만들겠다면서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는 바람에 각 대학별로 교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원래 해방 후 한국 사회에서 고학력자가 많지 않았지만, 이때는 정말 석사만 있어도 교수가 되는 시대였죠.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고 대학원에 진학한 80년대 선배들은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정년이 보장된 교수가 학교에 있는 데다가, 더 이상 교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도 않아 이후 직장을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불과 10년 전의 세대에 비해 많이 어렵습니다. 그들은 학위도 더 좋은데 말이죠.
이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1)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알아야죠. 저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예측에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3천만을 돌파했을 때도 5천만까지 갈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우리 사회모습을 관찰한다면 알기 어렵지 않았을 수도 있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제 짝은 집안이 생활보호대상자였는데도 휴대전화를 가족구성원 모두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저는 아버지께서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음에도, 우리 가족들은 제가 1학년에 입학하고도 몇 달이 지나서야 아버지가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1대 개통하셨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고 3천만 정도면 시장의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옆자리 짝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필수로 보유하게 되는 과정 중이었던 겁니다. 결국 앞날을 보는 제 시야가 짧았을 뿐입니다.
많은 기업이 민영화의 절차를 밟고 있고, 자본주의는 이제 세계의 유일한 체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 흐름을 뒤바꾼다는 것은 어렵겠죠. 이것은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나이를 드는 것과 세상의 변화를 깊이 있게 생각한다면 앞날을 예상할 수 있겠죠. 쉽게 이야기해 전 군인이나 교육자는 당장은 쉽게 정년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민간기업에서 국방의 일부를 맡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 당장은 아닐 것입니다. 교원 선발인원은 갈수록 줄겠죠.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있는 사람들까지 내보낼 정도는 아닙니다. 앞으로도 몇 십 년 정도는 안정이 유지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앞 일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2)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세요. 자기가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제 생각에는 가장 현명한 판단이 아닌가 합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선택한 일이라고 해서 그게 꼭 전망이 좋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내가 모든 변수를 차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나의 예측이 정확한 것도 아닐테니까요. 군대에 있는 동안 부사관들이 장기복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원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는 저도 참으로 안타까웠죠. 그런데 병사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신무기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저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은 거의가 다 선발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들어올 때도, 심지어 지원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이게 바로 인생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전망을 보고 선택한다면 물론 제 생각엔 그 일이 앞으로 더 잘 될 확률이 조금은 더 높겠지만, 전망 있어 보이는 일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본인도 열정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게 되니 혹 경쟁이 치열하고, 사회적으로 그 일이 도태되어 가는 일이라고 해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잘 될 확률도 더 높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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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삶의 경로나 잘 될 사람 같은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됩니다. 우리가 삶의 수많은 변수나 변화를 모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70년대 학번 선생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70년대에는 중문과가 지금처럼 인기있는 학과가 아니었답니다. 체육대회를 해도 학생들이 자신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90년대가 지나니 갑자기 모두들 어깨를 펴고 그때도 잘 나갔던 사람들처럼 다닌답니다. 재미있는 일입니다. 20년 사이에 중국의 위상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80년대만 해도 공부를 가장 잘 하는 친구들은 이공대에 진학했죠. 그런데 십수 년만에 세상이 바뀌어 제가 대학교에 진학할 때는 벌써 '모든 지방대 의대가 서울대 공대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오던 수준이었습니다. 누가 이걸 예측했을까요. 그러나 자기가 좋아서 그 길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테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겠죠.
예전엔 사람들이 '왜 지금 좋은 것을 선택하는지' 그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좋을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저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생을 더 살고,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니 이제는 왜 그런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앞으로 좋을 것을 선택하고 싶죠. 그러나 아무도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그래도 '본전'인 지금 좋은 것을 선택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게 보통 사람들의 사람 사는 방법인가 봅니다.
# by | 2013/04/22 12:22 |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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