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은. ver. 2.0.

블로그의 글들을 차분히 들여다 보면 800개가 가까이 되는(800번 기념 포스팅은 뭘 해야 할까!!!) 글들이 나름대로 시간에 따라 특색을 보인다. 일단 처음 블로그를 열고 난 뒤에는 이야기가 엄청 많았고, 그 뒤에는 비교적 알맹이(?)가 있다고 생각될 것 같은 글들만 추려서 올렸던 셈인데, 그 뒤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글이 많진 않은데 쓸데없는 일상에 대한 하소연이나 한탄이 많은 시기도 있고 그렇다.

처음엔 블로그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자다가도 일어나(이건 좀 과한 표현이지만;;;) 좋은 글거리가 있으면 블로깅을 했고(이야기가 엄청 많을 때), 그 뒤엔 생각해 두었다가 그 생각이 잘 정리될 때에만 블로깅을 했으며(알맹이가 있다고 생각될 것 같은 글들), 최근에는 블로깅에 좀 조심스러워진 데다가 내가 어디 마음 놓고 하소연이나 한탄을 할 곳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웃음) 요즘 같이 근무하는 동기와 전화통화를 할 때면 십수 분이 넘어갈 때가 숱하게 많은데, 서로가 한탄과 하소연을 늘어놓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다른 곳에 있는 사람에게 이곳의 일을 하소연하기가 상당히 좀 그래서(물론 그럼에도 많이 하지만) 여기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연락을 할 때면 하소연이 정말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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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힘들고 어려움이 많지만, 가끔은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 이곳의 특성상 아이들이 순환하기 때문에 지금은 좀 다루기 힘든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이 1년이 지나면 다른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게 되듯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요즘 들어오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걱정을 끼치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보다 보면, '여길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 이런 생각도 적지 않게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는 그렇다는 말이다.

가끔 좀 일이 없거나 한산할 때, 그리고 잘 풀려간다는 생각이 들 때나, 이유없이 기분이 좋을 때는 그렇게 스스로 좋게 좋게 생각하고 지내고는 한다. 그런데 그럴 때도 뭔가 가슴 한구석에는 먹먹한 무언가가 사라지지 않는 감정으로 남아 있다. 마음에 쌓여 있는 건 많고, 입에서 맴도는 말도 많은데 그게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최근 말 실수가 두드러지게 많아진 듯한데, 참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인데 하는 경우도 있고, 과도하게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 뭔가 말을 풀어놓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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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에 블로깅을 했었지만, 내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던 한 선배가 다른 곳으로 떠난 일이었다. 그 선배가 하던 일을 물려받게 됨에 따라 당연히 더 힘들어졌지만, 힘들지 않을 때에도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게 됨에 따라 정작 힘들어진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사라졌던 셈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람 가운데에도 물론 좋은 사람도 많고, 괜찮은 사람도 많으며 정말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아직 많이 있다. 작게는 의지가 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 쉽게 말해 '언제나 내 편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물론 무척 좋은 것이지만 감정에 따라서는 맞는 말인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싶은 경우도 숱하게 많이 있다. 예전에 그 선배가 있었을 때에는 내가 잘못한 일 같은 데도 그렇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둘이서 이야기할 때에는 한 편이 되어 서로를 의지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스운 것이 나도 나 스스로를 무척 '똑똑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남자라는 동물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다른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를 이야기해오면 좀 냉정하게 들릴 정도로 이야기해주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렇다. 당연히 그런 것이 필요한 때도 있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에게는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 사람은 세상에 넘쳐 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내가 잘못하는 것은 매일 매일, 번번이 지적해주기 일쑤고, 나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도 조심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적지 않게 꺼낼 것이다. 그 사람도 또한 애정이 있기에 내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을테니 말이다. 우리 주위에는 도리어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어떤 일에 있어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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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오히려 여기에서 '연애'까지 배우게 된다. 한때는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 내가 비록 기분이나 감정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비록 그 사람이 정말 그럴 때 내가 하는 충고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히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마음만은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그동안엔 미처 내가 '합리'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분이다.

사실 나도 내 밑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 '합리'의 명목으로 의지가 못 되어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리어 '너희는 더 잘 해야 돼' 이런 식으로 더욱 엄격하게 채찍질하는 사람은 아닌지. 잘 되새겨 봐야 할 일인 듯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은.

by honest | 2009/06/30 23:23 | 단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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