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 만화 원작의 연극 상연.


'호상이 어딨어'였던가.

만화를 본 지 오래되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저 맥락을 가진 대사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군다나 만화는 보는 내내 어찌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눈물짓게 하는지. 예전에 강풀 씨가 나에게 그림을 한 장 그려주었었는데,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풀 씨의 외모와는 다르게(강풀 씨, 미안요.^^;) 만화는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그 만화를 연극으로 상연한다는 말에 무척 기대감을 가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더군다나 만화 속에서도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르신들이다 보니 연기에 대한 기대도 다른 공연보다 한껏 컸던 것 같다. 만화를 연극으로 그려낸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연극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연극을 보면서는 얼마나 눈물짓게 될 지 무척 기대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 연극을 어제 관람했다.

: (

결론부터 말한다면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많이. 막상 연극을 보고 나서 지금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예전에 영화 '국화꽃 향기'를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어찌나 많이 실망했던지. 다시는 그렇게 원작을 보고 나서는 상연되는 것을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래 되어서 잊어버렸었나 보다.

어쩌면 연극만 보았다면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이야기도 아주 아름답게 잘 진행된다. 너무 많이 생략되었다고 느끼는 점도 없지 않았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만화를 다 보아서 그런 것일테고, 만화의 줄거리를 몰랐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한 감동도 적지 않았을테지?

그렇지만 아쉽게도 난 만화를 보고 나서 연극을 보았다. 만화에서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장면 가운데 연극에서는 생략된 면도 없지 않아 있었고, '어, 이 장면은 전개 상에서 중요한데 왜 그냥 넘어 가?' 이런 점도 없지 않았다. 더불어서 가장 크게 아쉬웠던 점은 만화를 볼 때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에서 혼자 오래도록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극은 전개 상에서도 그렇고 또 사람들이 감동받는 장면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보니 장면이 금방금방 넘어갔다는 것. 아마 이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연극은 또한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어떻게 매 장면 전환하는 시간을 다르게 둘 수 있겠니. 더군다나 어떤 장면에서는 몇 분씩 쉴 수 있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

어떻게 보면 연극에 대한 나의 이야기는 전혀 쓸데없는 '만화 원작의 연극 상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불만스럽기만 한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만화를 너무 인상깊고, 아름답게 보았어서 아쉬움이 그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그러나 그건 뭐, 만화와 연극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차이일테지.

예전에 '해리포터' 영화에 대해 내가 극찬을 늘어놓자, 소설이 훨씬 재미있다면서 소설 읽기를 강하게 권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들은 영화는 소설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다고 불만스럽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 연극을 보고 나자 비로소 그때 친구들이 하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아마 친구들도 소설에서 생각했던 장면들과 감동받았던 장면, 이런 것들이 영화에는 그대로 구현되지 않았어서 많이 불만스러웠을테지. 나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소설은 읽었는데, 1편이다 보니 아마 그때는 실망하기 보다는 '저게 저렇게 그려지는구나' 놀라는 통에 비교를 할 새가 없었던 것 같다.

조만간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다시 볼까 고민 중인데, 보고 나서 또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약간 염려스럽다. 화면 속에서 그리지 못했던 장면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훨씬 그것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게 되니 말이다.

아, 그래도 이만하면 아름다운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만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연극을 추천. 연극을 보고 나서 만화를 본다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될 거다.^^

by honest | 2008/05/12 20:05 | 드라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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