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블로그에 접속을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앞으로는 대문에 공지를 걸어놓기로 했습니다.


# 블로그는 열린 공간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란, 동아리 사람 몇몇과 학회 후배들 몇몇 일테고, 그 외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중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고로, 트랙백과 덧글 등 모두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긴 덧글이나 뭐 모르는 분의 덧글이라고 저에게 인사하시거나, 신경쓰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환영하는 걸요. 덧글이 많이 달린 날은 기분이 더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들린 것 같아서요.(방문자와 덧글 수는 전혀 연관이 없긴 합니다만.;;;) 답방은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덧글엔 거의 대부분 코멘트를 답니다.(다른 분들도 다 그러시길래.;;;)

그렇지만 광고성 덧글과 스팸 덧글은 아무런 언급 없이 삭제합니다. 혹 남기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지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쟁점'란의 경우, 제가 하는 말에 근거가 부족한 것도 많고, 오히려 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글의 경우에는 조회수가 100회를 넘어가는 것도 있는데, 덧글이 달리지 않을 땐,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쓴 글이 완벽하지 않은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부족한 점이나, 이상한 점, 혹은 고쳐야 할 점을 남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배우려고 글을 쓰는 거니까요.^^


# 여기에 있는 글들은 기본적으로 열린 것이기 때문에, 뭐 다른 곳에 인용을 한다거나 쓰실 수도 있지만, 출처는 정확히 밝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인 예의일 것 같네요. 그리고 인용을 해가실 때는 저에게도 기록을 남겨주십시오. 그래야 저의 글이 어디에선가 읽히고 있다는 것을 '짐작이나마' 할 수 있으니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저 저의 글을 발견하는 것은 때론 기쁨이지만, 때론 의외의 반응 속에 '불쾌함'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 그러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 마디로 끝을 맺겠습니다.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by honest | 2019/11/23 00:00 | 일상 | 덧글(45)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서.

처음 다녔던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큰 건설회사였다. 게다가 홍보팀에서 근무했던 덕분에 몇 군데의 분양사업지를 직접 맡기도 했었고, 나름대로 부동산을 보는 안목은 젬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분석은 항상 틀리지 않았었는데도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던 건, 그 선택이 모두 '전세'였기 때문이다.(웃음) 냉정하게 판단해서 한국이라는 시장만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전세'가 경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은 '전세'라는 제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금융으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전세는 기회비용을 제외하면 그 어떤 주거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ㅠ)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1년 하고도 석 달 이상이 지났다. 임기의 25% 이상을 지난 셈인데, 여전히 난 지금의 부동산값 급등의 원인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집값을 내리는 것은 올리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자산이 증식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에 반하기 때문이고,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원금이라도 보전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집을 파는 일은 많이 없다. 특히 부동산이라는 재화는 아주 한정적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재화다. 주식을 손절매하는 것과는 아예 다르고, 특히 여전히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 가치는 갈수록 더 오른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값을 잡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느 재화든 감가상각이 되는 것이 맞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전세로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몇 차례 빚을 내더라도 집을 살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전세보다 매입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때 내가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심리라는 것과(웃음) 박근혜의 부양책이었다. 토건족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죽어가는 경기를 살리는 데 건설사업만한 것이 없었다. 사실 그것이 내가 첫 회사로 건설회사를 택했던 이유이기도 했는데, 이 중요한 두 가지를 나는 간과하고 말았다. 이후로는 내가 생각했을 때의 경제적 가치보다 집값이 계속, 너무나도 높았기 때문에 아예 사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기회는 지난해 3월에 있었는데, 4억 정도 하는 아파트를 보러 갔다가 옆으로 6억 정도에 새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서 2억 차이면 새 집을 사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지금 그 4억 정도 했던 아파트는 6~7억 정도로 올랐고, 아직 미처 분양하지 못한 새 아파트는 8~9억 정도에 분양할 예정이라고 한다.(대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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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나랏님이 경제를 좋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나쁘게 만드는 건 가능하다. 박근혜를 봐라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오르는 집값을 대통령이 무슨 수로 잡겠는가. 사람들의 심리와 경제상황 속에서 뭔가 방법이 없진 않겠지만, 나는 무리하게 집값을 잡는 것은 반대다. 장하준이 대기업과 국가의 관계를 논할 때처럼, 나는 집값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부와 부동산 투기꾼 사이에 대타협(?)을 일궜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는 오르는 집값을 잡지 말고, 그냥 비싼 집 사는 사람은 세금만 많이 냈으면 싶다. 자기가 비싼 돈 주고 비싼 동네, 비싼 집에 살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리나. 그런 점에서 나는 보유세만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나머지 다른 대안으로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물론 양도소득세 등은 그대로 두는 것도 포함한다.)

이미 사람들이 부동산을 주식이나 가상화폐 같은 재화로 보고 투자하는 와중에, 특히 임대주택 등록까지 되면서 매매가 더 힘들어지고 계속 집값이 높아지는 현상을 무슨 수로 잡겠는가. 오히려 나는 임대주택 등록이 늘어난 것으로 국가는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를 공산주의, 빨갱이 등으로 욕하지만 세상에 어느 자본주의 국가가 국민 모두가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거나 도와주나. 그야말로 공산주의적이고 빨갱이 같은 사고방식이다. 임대여도 국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만 있게 해 주면 된다. 나는 그 점에서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하고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대책이라고 보며, 이런 것이 바로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김현미 장관은 집값이 이렇게 급등하면 공시지가를 올려서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부동산값을 잡겠다는 발언을 했다. 나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연히 공시지가는 시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지당하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오르는 집값 잡지 말고, 그냥 비싼 동네 사는 사람은 세금 많이 내는 것으로 조정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웃기는 뉴스가 나왔다. 일부 부동산이 급등한 지역의 공시지가를 올리는 것은 맞지만,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을 상승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아주 친절하게도 집값이 내리고 있는 지방에서도 세금이 올라 지지자들의 역풍을 맞을 수 있고, 현재 오르고 있는 집값이 일부 세대에 한정된 것이라 단지 전체에 일괄반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해석까지 곁들이고 있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마도 말인가, 막걸리인가? 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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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을 잡지 못하는 것, 박원순 시장이 개발계획을 발표해서 집값을 띄우는 것. 난 이 모든 것에 크게 이의가 없다. 물론 이렇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를수록 내가 집을 사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결국에는 전세도 모자라 월세로 나앉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서 가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그걸 대통령인들 어쩌겠는가. 시장은 더 많은 시민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할 의무가 있다. 부동산값을 띄우기 위해서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도 아닌데, 그게 잠잠해지던 부동산시장에 불을 질렀다고 비난할 수야 있나. 물론 나는 박원순이 이제는 3선에 성공해 자기가 마치 다음 대통령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행정부에서 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산이 많은 사람,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도 그렇게 한다. 더 좋은 동네에서 더 좋은 치안 서비스를 받으며 더 좋은 대중교통 서비스와 더 많은 공원, 더 빠른 공공 서비스 등을 누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많은 세금도 내야 한다. 그리고 국민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서울이 두 배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이 잡히나? 그럼 지금 재건축할 아파트들의 가격만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물론 공급을 늘리면 조금 나아질 것이다. 사실 나는 이미 부지가 확보된 신혼희망타운 분양을 왜 하지 않는지 무척 화가 난다. 옆에 오래된 아파트가 10억인데, 새 아파트를 6억에 분양하면 사람들이 그래도 10억을 주고 아파트를 지금처럼 서둘러 살까? 이런 상황에서 되도 않는 후분양제 운운하면서 당장 해야 할 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분노하지만 그래도 그건 괜찮다. 나름대로 후분양제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올린다던 세금을 제때 올리지 않는다는 것만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정부의 탄생에 앞장섰고, 누구보다도 먼저 지금 대통령을 변호하고 지지해 왔다. 그러나 어제는 솔직히 욕이 절로 나왔다. 내게 이득이 되고 손해가 되어서가 아니다. 이건 경제를 운용하는 철학의 문제다. 더 많은 소득과 자산이 있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이것이 공정경제 아닌가. 지지자들이 일부 분노하고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집값이 2~3억 올라도, 사람들의 세금은 많이 올라야 200~300만 원 오르는 것이 전부다. 물론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세금만 늘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사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개돼지들이 그런 불평을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개돼지들을 설득해서 사람으로 만드는 거다. 그럼 2~3억 오른 집을 원래 가격에 팔 건가? 더 비싼 집에 살고 더 많은 재산이 있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하다.

엄청난 분노가 밀려 왔다. 사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상반기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부동산시장이 잠잠해지니 의외로 세금 인상률은 사람들의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아마 노무현 정부의 경험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민들도 더 이상 보수 언론의 말에만 귀 기울이지 않고, 무엇보다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것에 많은 동의를 보내고 있다.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부동산값을 잡는 것은 띄우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그때 이 정도에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이런 장면이 펼쳐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루만에 자기 말을 손바닥 뒤집듯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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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출산을 많이 장려하는 편이다. 저출산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좋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 아, 없는 것은 아니고 다음 생에 낳을 생각이다.(웃음) 자유당 초재선의원들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아예 1년에 500만 원씩 20년 동안 1억씩 지원하자고 하는데 택도 없는 소리다. 그렇게 돈을 직접 주지 않아도 그렇게 벌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누구나 아이를 낳고 키운다. 가장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 나도 사실 고용의 위험을 느끼고(솔직히 짤릴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러나 승진하지 못하고 임금은 안 오를 수 있겠지.), 집값은 세대 약탈의 장이 되어서 노년층은 행복하겠지만 젊은이들은 거기에 이렇게 계속 약탈되는 구조다. 그럼 우리 세대도 나중에 부동산으로 다시 자산을 이렇게 증식할 수 있나? 아니. 인구 절벽은 언젠간 온다. 수많은 부동산버블론자가 예측한 것이 모두 다 틀렸지만, 이건 기우제 같은 거라서 당장은 아닐 뿐 수 년, 멀면 수십 년 후에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때 그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은 우리 세댄데?

젊은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분노하게 되는 건, 어떤 철학과 가치, 그리고 정의관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개돼지와 같은 국민들을 설득해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려는 생각은 없고, 하루하루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면서 해야 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럼 지지율 높을 때는 뭘했나.

지난 10년의 폐해가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이걸 하루아침에 바로 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런 기대도 없다. 그러나 어떤 가치와 정의관, 철학을 보여 주는 것만은 취임 다음 날부터도 가능하다. 내가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서 분노하게 된 건 내가 집을 살 수 없어서가 아니다. 이 정부는 공정경제, 공평과세에 대한 어떤 철학과 가치도 실제로는 부재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바른 정의와 가치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도 세금을 두 배도 더 낼 생각이 있다. 부디 개돼지가 아니라, 시민만은 설득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정부였으면 좋겠다. 

by honest | 2018/08/23 17:44 | 쟁점 | 트랙백 | 덧글(0)

노무현에 대한 분노.

박근혜 대통령이 태블릿 PC 사건이 터지기 직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시정연설을 했다. '개헌'이라는 것의 필요성을 나도 부정하지는 않지만, 하필 그 시국에 '개헌'을 들고 나오다니 많은 사람들이 이슈를 선점하는 박 대통령의 능력에 놀라움을 보였고, 야당에서는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 들일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불과 하루였다, 그 시간은. 태블릿 PC는 '개헌'도 빨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국가운영의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후 불거진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면서 나는, 박 대통령이 아니라 故 노무현 대통령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이후로 우리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중간중간 박 대통령이 취하는 행동을 보면서도 역시나 나는 박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분노를 느낀다. 심지어 최근에는 탄핵기각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내가 분노하는 대상은 박 대통령과 노년층이 아니라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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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적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고, 정말 선진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故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나도 모르지 않는다. 그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러 차례 혼란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려고 했고, 반칙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나아가려고 했다. 여기에는 보수성을 띠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의 정치지형도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소수자였던 그들은 언론과 다수의 보수 세력과 부딪쳐야 했다. 2004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과반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5년 동안 달성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개혁들에 실패하고 말았다.

최초에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와 가치와 지향점이 다르다며 단일화하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결국에 단일화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를 불과 하루 앞두고,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 선언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때 그 단일화 과정이 없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정치다. 이상과 이념, 가치와 지향점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사위였던 김종필 씨와 단일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정치란 때로는 이상과 이념을 내려 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개혁 정부를 잃은 뒤의 지난 9년 동안, '정치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지켜 보면서 새삼 느끼고 있다.

본인이 열세에 처해 있을 때, 되지 않을 것 같아도 새로운 이슈를 던져서 본인은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당선되고 나서는 국민통합을 내걸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고 싶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단 한 번도 국민통합에 애썼던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초에는 촛불민심에 귀 기울인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집결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을 가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치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단 한 번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언론들은,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며 탄핵을 주장하는 국민과 기각을 주장하는 국민들을 공평하게(?) 보도해 주고 있다. 과연 이것이 공평한 것일까. 나 한 사람의 주장과 다른 모든 국민의 주장이 일대일로 다루어지는 것이 결코 공평한 것이 아닐진대.

이것이 정치다. 내가 살아남고, 내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를 두 쪽 내고, 망쳐도, 결과적으로 그 열매를 내가 따 먹을 수 있다면 되는, 바로 이런 것이 정치다. 순수하게 이상과 가치를 따질 것이었으면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건 바로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정말 본인이 원하는 이상과 가치를 쫓았다면 정의당, 당시에는 민주노동당 쪽에 서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라크 파병도 거절하고, 주한미군도 반대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자신들의 가치아 이념만을 주장하는 권영길 후보와 비교해, 집권가능성이 있는 민주당 후보로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는 좋았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자신을 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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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하는 내가 참으로 웃기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만약 나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반칙과 거짓을 일삼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다툼에서 상대가 불법을 저지르고 온갖 꼼수를 남발하고 있는데, 물론 내가 정당한 방법으로 이길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혼자서 고고한 척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규칙을 지키는 보수(실은 내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꼼수를 저지르는 수구를 일단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정리했어야 했다. 조중동과 같은 신문이 소위 진보정권이라 불리는 10년 동안에도 별일 없이 건재하고, 그 기간에도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 존재하는 이런 현실 속에서 나만 고고하고 정당하게 정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4대 국정기관을 사유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웠고, 앞으로 누구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꿈이었던가. 일개 시민에 불과한 나도 한나라당이 재집권한다면 정권을 내놓지 않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본인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은 더 이상 퇴화할 수 없을 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역사에 그런 퇴보 없는 발전은 없다. 자신들의 정권을 연장하고, 집권을 위해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하게 마련이다. 그저 순진했던 당신만 그렇지 않았을 뿐.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위대한 국민을 주장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그렇게 과대포장해서는 안 된다. 유신헌법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킨 국민들이고, 박정희 대통령을 5대 대통령으로, 그리고 삼선개헌 이후에는 7대 대통령으로 뽑아 준 것도 바로 이 국민들이다.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이라는 것이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생각처럼 그 수준을 그렇게 뛰어넘지 못했다. 지금도 태극기를 들고 탄핵 기각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모두 이민자들인가. 아니다. 돈을 받지 않고, 정말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 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가치와 이념의 좌와 우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다. 위대한 국민이라니. 본인의 바람이었겠지.

나는 앞으로의 5년이 정말 걱정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정권이 교체된다고 할지라도, 야당의 어떤 주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말도 안 되는 민주주의와 법과 원칙을 지키느라 우리나라는 또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가스통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민주주의랍시고 그것을 방관하고 있다가 역시 민주정권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 예측되어 화가 난다. 결국 국민들이 5년 동안 과거를 청산하고, 부패를 지우고, 새로운 역사를 세우라고 만들어낸 정권은 말도 안 되는 법과 원칙 속에서 우왕좌왕하다 말겠지.

결코 독재를 하자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처럼, 정규재tv와 실시했던 인터뷰처럼, 법과 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도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꼼수와 방법들이 없지 않다. 혼자 도덕군자인 척 다 할 것이라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은퇴해라.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사람은 망나니다. 망나니가 칼춤을 실컷 춘 뒤에야, 우리나라도 도덕군자의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지막에 자신은 새시대의 첫째가 되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구시대의 막내였다고 했다. 그런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 결국 이런 현실을 만들었다. 구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바로 구시대를 청산할 수 있는, 망나니의 칼춤을 추는 막내다.

by honest | 2017/02/10 16:31 | 쟁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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